저자 소개 - 긍정심리학을 대주으이 언어로 풀어낸 심리학자
김주환 교수는 연세대학교 언롱홍보영상학부 교수이자, 국내 긍정심리학의 대표적인 연구자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긍정심리학을 수학하고 귀국한 그는, 국내에 긍정심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소개하는 데 앞장서 왔으며, 이론적 개념을 현실적 언어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저술가이기도 하다. [회복탄력성]에 이어 출간된 [그릿]은 '끈기'라는 심리적 자원을 중심으로, 현대인이 어떻게 역경과 실패 속에서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그릿이란 무엇인가 - 단순한 근성이 아닌, 목적에의 헌신
'그릿(Grit)'이라는 단어는 익숙하면서도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흔히 '끈기' 혹은 '의지력' 정도로 번역되지만, 김주환은 이 단어가 단순한 인내심이나 근성 이상의 개념임을 강조한다. 그릿은 한 개인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명확한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게 하는 심리적 역량이다. 즉 잠깐 불타오르는 열정이 아니라, 식지 않는 열정이다. 이 책에서 김주환은 그릿을 "열정과 끈기의 합"이라고 명시하며, 그릿을 가진 사람은 어떤 역경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실수와 실패를 자기 발전의 자산으로 전환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릿은 재능이나 IQ와 같은 고정된 능력보다, 인생의 성취에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는 엔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되, 한국적 정서와 상황에 맞게 변주된 설명이다. 김주환은 수많은 실례와 경험담, 심리학 실험 결과를 통해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며, "그릿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명제를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
성장형 사고방식, 그리고 실패에 대한 태도
[그릿]의 중심 개념 중 하나는 바로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이다. 이는 실패를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학습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태도를 의미한다. 김주환은 우리가 실패했을 때 느끼는 감정 - 수치심, 무가치함, 낙담 - 이 사실상 그릿의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정형 사고방식(Fixes Mindset)을 가진 사람은 실패를 자신의 본질적 결함으로 받아들이고, 결국 시도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고 분석한다. 반면, 성장형 사고방식은 실패를 '과정'으로 바라보며, 실패 속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넓혀갈 수 있다고 믿는다. 책 속에는 청소년부터 직장인, 예술가, 운동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그릿을 발휘한 인물들의 사례가 소개된다. 이 사례들은 단순히 영웅담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패를 견디고 그 안에서 자신을 재정의해 나간 여정을 보여준다. 독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게도 그릿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나도 그렇게 살아볼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릿을 기르는 법 - 심리적 근육을 단련하는 여석 가지 요소
이 책이 실용적인 이유는, 그릿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ㅇ낳고 그것을 '기르는 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내한다는 점이다. 김주환은 그릿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 - 도전, 열정, 인내, 회복탄력성, 자기 통제, 목표의식 - 을 제시하고, 각 요소를 키울 수 있는 구체적 훈련법을 소개한다. 예컨대 '자기 통제'를 기르기 위해서는 작은 결심을 반복적으로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고, '목표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초종 목표와 그에 따른 중간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 가이드는 독자에게 막연한 동기부여가 아닌 실행 가능한 실천방향을 제시해 준다. 또한 저자는 '가짜 그릿'에 대한 경고도 덧붙인다. 단순한 고집, 무모한 반복,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는 집착은 진짜 그릿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한 그릿은 자기 인식에서 시작되어 자기 효능감으로 귀결되는 내적 과정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릿이 필요한 이유
김주환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특성 속에서, 그릿이라는 개념이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말한다. 빠른 성과를 요구하고, 실패에 관대하지 않으며, 경쟁이 삶의 전체가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쉽게 지치고 자존감을 잃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시간을 견디는 힘', 즉 그릿이다. 그는 학부모와 교사, 기업 관리자, 청년 구직자들에게 각각의 맥락에서 그릿의 필요성과 적용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청년층에게는 '느리지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용기'를 강조하고, 교육자에게는 '아이의 노력 자체를 인정하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조언은 심리학 이론을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와 문화를 꿰뚫는 실천적 통찰로 다가온다.
끝내 해내는 사람들의 심리적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릿]은 단지 인내심을 강조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왜 어떤 사람은 끝내 해내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과학적 이론과 삶의 언어로 성실하게 답하고자 한 심리학자의 고백이다. 김주환은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목표를 향한 여정을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빠름'이 아니라 '지속'이라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수없이 넘어졌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 기억은 자책이 아니라 다짐으로 이어진다. "나는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그릿은 결국 인간에 대한 긍정이고, 삶에 대한 존엄의 심리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