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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버디 [나는 왜 따뜻한 대화가 힘들까] : 작가소개 및 서평

by vaminglibrary 202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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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버디의 나는 왜 따뜻한 대화가 힘들까
로베르트 버디 [나는 왜 따뜻한 대화가 힘들까] / 비지니스북스

 

작가 소개 : 로베르트 버디, 언어의 심층을 탐색하는 심리학자

로베르트 버디(Robert B. Bude)는 독일 출신의 사회심리학자로,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저술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그의 글은 단순한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통과하여 말의 깊이와 관계의 온도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단순한 ‘기술의 부족’이 아닌, 내면의 두려움, 상처, 방어기제 등 ‘심리적 거리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이 책 『나는 왜 따뜻한 대화가 힘들까』는 그러한 문제의식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작가가 내 옆에 앉아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버디의 문장은 친절하면서도 예리하고, 정서적으로 깊은 울림을 준다.

줄거리 아닌 줄거리: 이 책은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는 명확한 ‘줄거리’라고 부를만한 서사가 없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문장 하나하나가 내 삶의 조각을 들추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버디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어색한 침묵’, ‘표정 없는 대화’, ‘서로를 피하는 눈빛’ 등을 통해 “우리는 왜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의 핵심은 ‘거리두기’라는 개념이다. 단순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감정적·심리적 거리두기. 우리는 왜 상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마음을 더 닫게 되는가? 왜 가까운 가족과의 대화에서조차 쉽게 상처받고, 상처를 준 후엔 애써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는가? 이 부분에서 나는 책을 덮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방금까지 읽은 글이 누군가의 이론서가 아니라, 내 속마음을 들추는 에세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버디는 그런 나의 방어기제까지 예감한 듯, 책 중반부에 이렇게 말한다.

진심을 말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그리고 용기는 무너진 적이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책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서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을 배제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비폭력 대화'나 '적극적 경청'과 같은 테크닉은 여기서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버디는 ‘태도’를 말한다. 그것도 매우 조심스럽고, 천천히 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대화는 상대를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열어 보이는 것이다’라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흔히 좋은 대화를 위해 ‘어떻게 말할지’를 고민하지만, 정작 ‘왜 말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내면의 질문은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 책을 관통한다. 한 챕터에서는 “당신은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던 순간이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누군가에게 ‘진짜 나의 감정’을, 그것도 무방비 상태로 드러낸 기억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대화를 ‘나의 생각을 설득하는 행위’로 여겨왔지, ‘감정을 공유하는 행위’로 본 적은 없었다.

읽으며 내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문장들

책에는 형광펜을 들고 표시하고 싶은 문장이 정말 많다. 그 중 몇 문장은 아예 내 노트에 적어두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다.

우리는 상처받기 싫어서 말하지 않지만, 결국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깊은 상처를 받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마음의 거리보다 한 발짝 더 다가갈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장들은 그저 멋있는 인용구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삶의 대화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예컨대 어머니와의 어색했던 저녁 식사, 친구에게 도무지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 연인과의 서먹한 이별의 순간들 말이다.

이 책은 '내가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왜 말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왜 따뜻한 대화가 힘들까』는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말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말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이해는, 말보다 더 깊은 치유가 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말의 겉모습이 아니라 말의 근원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하는 말들은 사실, 내면의 두려움, 갈망, 상처, 용기 같은 것들의 결합체라는 것. 버디는 이 복잡한 구조를 한 장 한 장, 마치 외과의사가 조직을 해부하듯 섬세하게 풀어낸다. 이 책은 대화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니,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자꾸만 오해가 쌓이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 속에서 자꾸 마음이 시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대화는 기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버디는 그것을 끝내 우리에게 설득시키는 데 성공한다. 아니, 어쩌면 우리 스스로 그것을 깨닫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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