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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슈어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철학을 삶의 언어로 번역하다

by vaminglibrary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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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슈어의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마이클 슈어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김영사

 

작가 소개

마이클 슈어(Michael Schur)는 미국 NBC 시트콤 [더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의 창작자이자, [브루클린 나인나인], [더 오피스]의 작가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유쾌하고 날카로운 대사, 철학적 주제를 유머로 풀어내는 탁월한 감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How to Be Perfect)]은 그가 코미디 작가로서의 감각을 살리면서도, 진지하게 인생의 윤리적 딜레마에 접근한 첫 번째 에세이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자기계발서 같지만, 실제로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 입문서이자, 우리가 매일 겪는 도덕적 혼란에 대해 함께 웃고 고민하는 책이다.

 

철학은 결코 지루할 필요가 없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철학'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플라톤, 칸트, 벤담,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이름들이 등장하지만, 큐어는 그들의 복잡한 이론을 '코미디 작가다운 비유'로 재해석한다. 예를 들어, 칸트의 의무론은 마치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로봇처럼 묘사되고, 공리주의는 "어떻게든 다수를 행복하게 만들려다 실패한 파티 기획자"처럼 풍자된다. 이 방식은 독자가 철학적 개념을 처음 접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나 역시 철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슈어의 통해 그동안 막연했던 개념들이 내 삶과 연결되어 다가왔다. 예컨대, "내가 좋은 일을 하려는 이유는 정말 '착해서'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일까?"라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줬다. 슈어는 말한다. 철학은 특정한 사람들만의 학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삶의 질문들에 대한 안내서라고. 그리고 그 말은 책의 모든 페이지에서 진심으로 느껴진다.

 

옳고 그름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철학 이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이 실제로 겪는 윤리적 고민들을 구체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싼 운동화를 사기 전에 아프리카 구호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더 윤리적인 선택일까?", "거짓말은 항상 나쁜 걸까?", "내가 사는 지역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촉진한다면 나는 책임이 있는 걸까?" 등등. 이 질문들은 너무 사소하거나, 너무 복잡해서 일상에서 그냥 넘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슈어는 이 질문들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함께 머뭇거리고, 답을 내리기보다 고민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슈어가 도덕적 이상을 말하면서도 독자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태도였다. 그는 반복해서 말한다. "완벽해지려 하지 마세요. 대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시도를 계속하세요." 그 말은 큰 위로가 되기도 했고,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도 했다. 우리는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실수에서 배우려는 태도다. 이 책은 그 '배움'을 아주 즐겁게 만들어준다. 

 

웃음 속에서 배우는 진짜 윤리 수업

책 전반에는 슈어 특유의 유머가 가득하다. 때로는 시니컬하고, 태로는 자조적이며, 때로는 황당한 농담처럼 느껴지지만, 그 속에 담긴 통찰은 가볍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챕터에서는 "나는 왜 이 책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내가 착한 사람이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가끔 형편없는 인간인지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솔직함은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우리가 윤리를 대할 대 느끼는 위선적 태도를 조심스럽게 비틀어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이랬다. "완벽함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 말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SNS에서 타인의 '도덕적 올바름'을 평가하기에 바쁘고, 어떤 행동은 극단적으로 비난받는다. 하지만 슈어는 그런 시대일수록, 관용과 유머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진짜 윤리적인 인간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내 가슴속에 오랜 여윤을 남겼다.

 

철학을 삶의 언어로 번역하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은 단순히 재미로 보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우리 각자가 내리는 모든 작은 선택 - 예컨대 오늘 점심을 뭘 먹을지, 택시기사에게 어떻게 말할지, 친구의 실수를 지적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그 순간들 속에 철학이 숨어 있다는 걸 알려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철학은 도서관 서가에 꽂힌 먼지 낀 책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깃들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걸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알려준 사람이, 다름 아닌 코미디 작가라는 사실이 꽤나 멋지고, 유쾌하게 느껴진다. 

 

책장을 덮은 지금, 조금 더 나은 나를 상상한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은 우리에게 "완벽한 사람이 돼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속삭인다. "실수해도 괜찮아, 대신 계속 배우자." 그 말은 지금 이 시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처럼 느껴졌다. 삶은 복잡하고, 선택은 항상 어렵다. 하지만 그 선택의 순간에서 멈춰 고민하고, 타인과 나를 동시에 돌아보는 훈련이 있다면, 우리는 분명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훈련의 출발점이자, 우리가 철학을 통해 배워야 할 첫 번째 미덕이 무엇인지 조용히, 그리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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