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 불안을 마주한 작가, 벨라 매키
벨라 매키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 『가디언』과 『보그』 등을 포함한 다수의 언론 매체에서 활약해 온 인물이다. 그녀는 사회적 이슈와 정신 건강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글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다. 특히 『달리기의 기쁨』은 그녀의 첫 에세이로, 단순한 자기계발서나 운동 입문서가 아닌, 자신이 겪은 정신 질환과 그 회복의 여정을 솔직하게 고백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오랜 기간 자신을 괴롭혀 온 불안 장애와 우울감, 이혼이라는 개인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달리기'라는 활동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나, 누구에게나 쉬운 건 아닌 그 단순한 행위가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준다.
줄거리 : 달리기의 기쁨은 단지 운동의 즐거움이 아니다
책은 작가가 이혼 후 겪은 극심한 불안과 절망에서 시작된다. 벨라 매키는 오랜 기간 정신 질환을 앓아왔고, 다양한 방식으로 치유를 시도했으나 근본적인 회복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충동적으로 시작한 ‘달리기’가 그녀의 인생에 작지만 결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게 된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달리기를 영웅적으로 포장하거나 드라마틱하게 묘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작가는 달리기를 시작한 날의 허둥지둥한 모습, 몇 미터도 뛰지 못하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던 현실을 솔직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묘사는 오히려 독자에게 더 큰 공감과 신뢰를 안겨준다. 그녀에게 있어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반복되는 일상의 공허함 속에서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고리였고, 자아를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의식처럼 작용했다. 매일 같은 코스를 반복해서 달리는 행위는, 불안을 반복적으로 직면하고 다루는 훈련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신체를 통해 정신을 회복하는 새로운 연결 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일상 속 구원, 달리기라는 작고 단단한 행위
『달리기의 기쁨』은 단순히 작가 개인의 경험담에 머물지 않고, 달리기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과학적·심리학적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벨라 매키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달리기를 통한 세로토닌 분비, 규칙적인 생활 리듬, 자기 효능감 증진 등의 긍정적인 측면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그 모든 정보를 감정의 진폭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데 있다. 독자는 벨라가 달리기를 통해 체득한 작은 승리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어느새 그녀의 여정을 함께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작가는 실패와 포기의 순간들을 솔직하게 기록함으로써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위화감을 줄인다. 운동을 일상으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어려움을 마주하면서도 자신을 단련해 나가는 방식이 얼마나 인간적인지를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나는 문득, 우리가 일상에서 무언가를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성취인지 깨닫게 되었다.
감정의 언어로 다듬어진 서사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달리기를 통해 ‘내가 내 몸의 주인이라는 감각’을 회복하게 된 대목이다. 벨라는 반복되는 불안 발작 속에서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달리기를 통해 호흡을 조절하고, 몸을 움직이며, 고통을 인내하고 끝까지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자기 몸의 주체가 되어간다. 이러한 서사는 단순한 신체적 회복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자율성과 회복탄력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자신을 다시 믿기 위한 서툰 발걸음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치유’라는 말을 쉽게 쓰지만, 벨라 매키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치유는 반드시 의지나 긍정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그것은 실패를 반복하고, 일상을 견디며, 작은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 고집에서 비롯된다.
걷기보다 느린 달리기, 그러나 더 먼 회복의 여정
『달리기의 기쁨』은 자기계발서처럼 어떤 규칙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너도 나아질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견뎌냈다. 너도 네 방식대로 해낼 수 있다’는 조용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조차도 유의미한 울림을 전한다. 나는 이 책을 덮고 난 후,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 거창한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벨라 매키가 달리기를 통해 자신을 회복해낸 것처럼, 우리 역시 삶 속 어딘가에 작은 ‘기쁨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