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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낌의 발견] : 감정은 이성의 적이 아니다

by vaminglibrary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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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도 다마지오 느낌의 발견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낌의 발견] / arte

 

 

작가 소개 : 뇌과학의 문턱에서 철학을 다시 묻는 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포르투갈 출신의 신경과학자이자 USC(캘리포니아대학교) 브레인&크리에이티비티 연구소 소장으로, 뇌와 감정, 자아의 관계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지속해 온 인물이다. 그는 뇌 손상 환자들의 임상 사례와 첨단 신경과학이 실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사고하고 느끼며 존재한다는 것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느낌의 발견]은 다마지오의 대표작 중 하나로, 감정이 어떻게 의식을 낳고 자아를 형성하는지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성과 감정의 이분법을 정면에서 해체하는 혁신적 저작이다. 

 

감정은 이성의 적이 아니다

이성은 고귀하고 감정은 하등 하다는 오랜 이분법은 근대 이래 인간 이해의 핵심 틀로 작동해 왔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선언하며 인간의 본질을 '사유 능력'에 귀속시켰고, 감정은 오히려 그 사유를 방해하는 요소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다마지오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느낌의 발견]에서 다마지오는, 감정이야말로 인간의 의식에 도달하기 위한 결정적 매개이며, 감정 없이는 이성 또한 온전할 수 없음을 주장한다. 그는 뇌 손상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이를 증명한다. 전두엽 손상으로 인해 감정을 인식하거나 표현할 수 없게 된 환자들은, 놀랍게도 지적 능력은 유지하면서도 일상적인 판단과 선택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된다. 이들의 삶은 마비된 이성과도 같았고, 다마지오는 그 원인을 '감정의 부재'에서 찾는다. 즉, 감정은 판단의 오류나 왜곡을 유발하는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이며, 인간이 살아 있는 존재로 기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적 기반이다.

 

느낌의 기원 : 생물학적 전화와 자아의 형성

다마지오의 접근은 단지 철학적 관점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뇌과학, 생몰학, 심리학을 통섭하며, 감정과 의식의 기원을 추적한다. [느낌의 발견]은 감정이 어떻게 진화적으로 생겨났는지를 다룬다. 생존을 위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서의 감정은, 위험을 인지하고 환경에 반응하게끔 하는 핵심 시스템이었다. 초기의 감각적 자극들이 점차 조직화되면서 '느낌(feeling)'이라는 체험으로 응축되었고, 이것이 곧 '자기 자신에 대한 느낌'으로 확장되면서 자아의 원형이 형성되었다. 다마지오는 이를 통해 인간의 의식, 특히 '핵심 자아(core self)'의 탄생을 설명한다. 그는 감정이 자극에 대한 단순한 반응을 넘어, 신체 내부 상태의 '지도'를 구성하는 일종의 감각이라고 본다. ㅇ리는 외부 세계를 인식하기 이전에,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가'를 감정을 통해 먼저 체험한다. 이것이 반복되고 조직화되면서, 인간은 '자신'이라는 감각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자아를 가능하게 하는 내적 구조이며, 의식은 그 우에 세워진 상층 건물에 가깝다. 다마지오의 주장은 기존 철학과 심리학에서 감정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해 왔던 관행에 근본적인 수정 요구를 제기한다.

 

뇌와 몸의 경계를 허물다

[느낌의 발견]의 또 다른 중심축은 '몸'의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다. 다마지오는 뇌만이 의식을 담당한다는 전통적 인식을 경계하며, 몸 전체를 하나의 정보 시스템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신체 각 기관과 신경계는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가 감정을 구성하고, 감정은 다시 의식을 촉발한다. 이러한 관점은 '신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생각은 뇌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몸을 가진 존재로서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뇌와 몸, 감정과 이성의 통합을 주장한다. 이 주장은 철학적 사유뿐 아니라, 인공지능이나 정신의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함의를 던진다. 특히 인간을 단지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로 보는 환원주의적 관점에 제동을 걸며, 인간 존재의 복접성과 통합성으로 회복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인간, 감정을 통해 존재한다

[느낌의 발견]은 철학, 과학, 임상 사례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며, 인간이 누구인지에 대한 가장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다마지오는 말한다.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느끼는 존재"라고. 김정은 우리의 연약함이 아니라, 존재의 기초이며, 그 감정을 인식하는 과정이야말로 자아와 의식의 출발점이다. 이 책은 단순히 뇌과학이 진보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란 존재를 어떻게 이해할 건인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로 이끈다. 우리가 무언가를 느낄 때, 그 느낌은 단지 순간적인 반응이 아니라 수백만 년 진화의 결과이며, 우리의 생존과 선택, 삶의 이미지를 떠받치는 기반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느낌의 발견]은 우리가 감정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치부했던 오랜 통념에 균열을 내며, 감정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철학적 과학서이다. 이 책을 읽는 일은 곧,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일이며, '느낀다'는 행위의 근원을 되새기는 일이다. 그러한 경험은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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