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생산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생산성'이라는 단어 앞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압박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거의 신념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알리 압달의 [기분 리셋]은 이 믿음에 조용하지만 강력한 의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는 '기분 좋은 생산성(feel-good productiv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생산성이 단지 더 많은 결과를 내는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방식이어야 함을 역설한다. 의대생에서 유튜버, 생산성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저자의 이력은 자못 흥미롭다. 그는 단순히 자기계발의 노하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겪고 깨달은 바를 바탕으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과연 나를 지치게 만드는가, 아니면 활기를 되찾게 해 주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의 나침반이 된다.
기분은 생산성의 적이 아닌 연료다
알리 압달은 우리가 기분을 통제하거나 억누르려는 경향에 문제를 제기한다. 전통적인 생산성 담론은 감정을 변수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 요소로 취급한다. 그러나 [기분 리셋]은 기분이야말로 생산성의 핵심 동력임을 주장한다. 감정을 억제하거나 무시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논거는 단순히 심리적인 위안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근거들을 들어, 기분이 실제로 우리의 집중력, 창의력, 결정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기분이 좋을 때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행동 지침으로 정리한 저자는 드물다. 압달은 우리가 기분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작은 승리(small wins)'의 힘에 대한 언급이다. 우리는 흔히 거대한 목표 앞에서 압도당한다. 그러나 아주 작은 성취가 반복될 때, 우리 내면의 동기와 자신감은 꾸준히 회복된다. 그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기분을 점진적으로 리셋하고, 생산성을 기분과 연결된 구조로 재구성하자고 제안한다.
당신의 리듬을 찾아라
또한 책의 핵심은, '하루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대체로 외부의 시간표나 사회의 기준에 따라 하루를 짠다. 하지만 알리 압달은 자신의 신체 리듬과 에너지 흐름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아침형 인간이 아니어도 괜찮고, 멀티태스킹을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리듬'을 인식하고, 그것에 맞추어 스케줄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의 일과를 분석해, 어떤 시간대에 어떤 활동이 가장 잘 맞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억지로 하는 생산성'이 아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역시 기분을 리셋하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알리 압달이 강조하는 '에너지 중심의 시간관리'는 기존의 시간관리서와 차별되는 점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에너지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하루의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의 흐름'이라는 점이다.
리셋이 아닌 리턴
[기분 리셋]이라는 제목은 마치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처럼 들린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면 '리셋'이란 단절이 아니라 회복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번아웃과 무기력, 동기 부족의 상태에서 탈출하려고 할 때 너무나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당신은 이미 충분하다. 다만,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다." 이 책은 그 길을 잃은 우리에게 아주 실용적이고도 따뜻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생산성이라는 단어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완전히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일을 더 잘하기 위한 팁이 아니라, 삶을 더 기분 좋게 살아가기 위한 방향 제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