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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이방인] : 부조리의 한복판에서

by vaminglibrary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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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방인] / 열린책들

 

 

 

작가소개

알베르 카뮈(1913~1960)는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태어난 작가이자 철학자이며, 20세기 실존주의와 부조리 철학의 핵심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문학과 철학을 융합하여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성찰했고,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방인]은 그의 대표작으로, 인간과 세계 사이의 단절, 그리고 그 부조리에 대한 응시를 담은 작품이다.

 

시작은 너무도 단순했다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이방인]의 첫 문장은 너무나도 담백하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이 짧은 문장은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주인공 뫼르소는 세상의 '규범적인 감정'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는 울지 않고, 슬퍼하지 않으며, 엄마의 죽음조차 마치 행정적 사건처럼 받아들인다. 처음엔 독자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인공의 냉정함은 도덕적 비정함으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카뮈가 말하고자 한 바는 단순한 감정 결여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무관심 속에 놓인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본적 조건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다. 뫼르소는 세계가 요구하는 위선적인 감정 표현을 거부하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인간'으로 살고자 한다. 이것이 [이방인]의 핵심이다. 인간은 때때로 타인의 기준 속에서 낯선 존재가 된다. 뫼르소는 어쩌면 우리가 각자가 내면에 숨기고 있는 '진짜 자신'의 극단을 보여주는 인물인지도 모른다.

 

부조리의 한복판에서 : '왜'라는 질문에 답이 없는 세계

뫼르소는 살인을 저지른다. 그것은 계획적인 범죄도, 강한 감정의 분출도 아니다. 단지 강렬한 햇빛, 흐르는 땀, 불쾌한 더위와 같은 물리적 자극 속에서 순간적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바로 이 장면이 카뮈의 '부조리 철학'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대목이다.  부조리란, 인간이 세상에 던지는 '의미'라는 질문에, 세계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태를 말한다. 뫼르소는 왜 총을 쐈는지 스스로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에게 '동기'를 강요하고, 결국 '엄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도덕적 사형을 선고한다. 이러한 서사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감정, 도덕, 규범이라는 잣대로 인간을 재단하는지를 드러낸다. 카뮈는 [이방인]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독, 그리고 '이유 없음'속에서도 인간이 어떤 자세를 취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뫼르소는 마지막 순간에야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삶을 긍정한다. 태양 아래,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삶조차도 그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맞서고자 한다.

 

재판과 사형,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이야기

이 소설의 진정한 백미는 후반부 재판 장면이다. 피고석에 선 뫼르소는 자신의 범죄보다, 엄마의 장례식에서 보인 태도로 인해 더 큰 비난을 사람들로부터 받는다. 재판은 진실을 밝히기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감정과 행동을 뫼르소가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를 심판한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뫼르소가 유죄인 이유는 실제로 사람을 죽였기 때문인가, 아니면 사회가 원하는 감정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가? [이방인]은 법의 기능, 사회 규범, 인간의 자유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 재판은 단순한 살인 사건의 심판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의 질서 속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자'에 대한 응징이라고 볼 수 있다. 카뮈는 부조리한 시스템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지를 뫼로소의 내면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행복했노라고 말할 수 이도록"

[이방인]은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운 소설은 아니다. 인간 존재의 본질, 사회와 개인의 충돌, 감정과 진실의 괴리 등 수많은 철학적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인상깊은 점은, 주인공이 죽음을 앞두고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뫼르소는 "나는 모든 것이 처음처럼, 마치 모든것이 마지막인 것처럼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제야 삶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사실로 인해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 말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세계의 부조리함을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확인한 선언이다. 알베르 카뮈는 [이방인]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타인의 기준 없이,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지만, 이 소설을 읽은 자라면, 그 물음을 쉽게 흘렬 보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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