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 불편한 진실에 주목하는 저널리스트
애비게일 슈라이어(Abigail Shrier)는 미국의 독립 저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 ⌜월스트리트 저널⌟등에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관한 글을 기고해 왔다. 그녀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법철학을 수학했으며, 예일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녀의 저널리즘은 언제나 비주류의 목소리에 주목하며, 사회적 합의 아래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으로, 청소년기 여성 사이에서 급증하는 성별 이탈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작품이다.
청소년기 성별 이탈, 우연인가 유행인가
[부서지는 아이들]은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이라는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를 청소년기, 특히 10대 소녀들을 중심으로 다룬다. 슈라이어는 최근 미국과 영미권에서 이 현상이 놀라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성별 이탈은 남성 아동에게서 주로 나타났고, 그것도 아주 드물게 보고되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부터는 1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이례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녀는 이를 단순히 개인의 정체성 탐색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또래 집단의 영향, SNS의 피드백 루프, 정신건강 이슈와 얽힌 다층적 요소들이 결합된 결과로 해석한다. 저자는 수많은 부모들의 증언과 사례 연구를 통해,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성별 이탈을 선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요구했다'는 유사한 패턴을 발견한다. 이는 충동적인 변화인가, 아니면 새로운 종류의 사회적 압력인가?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자기 결정권'이라는 이름의 성급함
슈라이어는 이 책에서 트랜스젠더 성인에 대한 권리 주장에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의 문제이다. 아이들이 정말로 자기 몸과 정체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의료 시스템은 이들에게 과연 충분한 숙려 기간과 진단 과정을 제공하고 있는가? 슈라이어는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현재의 시스템이 과도하게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명분 아래, 위험한 지점으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충격적인 대목은, 일부 병원과 클리닉이 심리상담 과정 없이도 호르몬 처방을 내린다는 사례이다. 성전환 수술과 관련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업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의료 현실도 책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슈라이어는 이러한 흐름이 단지 의학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적 소비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우려한다. 자칫 '성별 전환'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유행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문화는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SNS와 커뮤니티 문화가 만들어내는 정체성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대목 중 하나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성별 이탈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튜브, 틱톡, 디스코드 등에서 활동하는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하며, 성별 전환을 통해 얻은 심리적 해방감을 강조한다. 이들은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포장하며, 청소년들 사이에 일종의 롤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존 가족이나 학교 공동체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은 이들에게 온라인 커뮤니티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슈라이어는 이를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 현상으로 해석한다. 즉, 실제로는 성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던 아이들까지도, 온라인상 분위기와 또래 집단의 압력에 의해 스스로를 트랜스젠더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특히 물안감이 높고, 자아정체성이 아직 불안정한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슈라이어는 부모와 교육자들이 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라는 말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사회 전체가 더 넓은 관점에서 이 현상을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논쟁을 감수한 질문의 힘
[부서지는 아이들]은 단순하게 읽히는 가벼운 책이 아니다. 내용은 논쟁적이며, 때로는 불편하고, 심지어 위험하다는 비판까지 받는다. 그러나 슈라이어는 그런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질문을 던질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과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가? 아니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정체성의 이념 속에 그들을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책은 우리에게 정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충분히 고민하고, 충분히 질문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는 아이들의 진짜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일 수 있으며, 그들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 불편한 책이 오히려 우리 사회를 조금 더 간강한 방향으로 이끄는 촉매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