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 과학을 아름답게 번역하는 저널리스트
에드 용은 미국 '더 애틀랜틱(The Atlantic)'의 과학 전문 기자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다. 그는 복잡하고 방대한 과학의 세계를 누구나 이해라 수 있도록 서술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과학적 정확성과 문학적 감수성을 동시에 갖춘 그의 글은 과학에 대한 독자의 인식을 새롭게 바꾸어 놓는 힘을 지닌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는 그런 그의 역량이 집약된 대표작으로, 독자에게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전부'가 아니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의 출발점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인간은 오감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에드 용은 그 믿음이 얼마나 제한적이며, 인간 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는지를 조용히 지적한다. 책은 인간 외 다른 동물들이 지닌 놀라운 감각 능력, 이른바 '움벨트(Umwelt)'의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움벨트란 생물학자 야콥 폰 위스쿨이 제시한 개념으로, 각 생물이 자신이 지닌 감각 기관을 통해 받아들이고 고유한 세계를 뜻한다. 에드 용은 이 개념을 통해 독자에게 '세계는 수많은 세계들의 겹침'이라는 다층적 진실을 전달한다. 예컨대 우리는 개가 냄새를 '맡는'수준이 아닐, 냄새로 세계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개에게 있어 후각은 단순한 감각의 영역을 넘어, 시간과 공간의 지도를 만드는 도구다. 거미는 다리로 소리를 듣고, 물고기는 몸 전체로 전기 신호를 감지한다. 박쥐는 초음파로 공간을 조율하고, 새우는 인간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스펙트럼의 색을 본다. 이 모든 사례는 '인간의 감각'이 전부가 아님을, 어쩌면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과학의 언어로 다시 그리는 감각의 지도
책은 단순한 동물 백과서전이 아니다. 에드 용은 과학을 서사의 언어로 번역해 낸다. 그는 각 동물의 생태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생물의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실험과 논문, 과학자의 증언을 통해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감탄할 만한 것은, 그가 단 한 번도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은 감각을 '열등하다'거나 '기이하다'라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독자에게 인간이 보지 못하는 것, 듣지 못하는 것, 느끼지 못하는 것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자각하게 만든다. 특히 책의 중반 이후, 그는 '감각 간 통합'이라는 주제를 통해 여러 감각이 어떻게 중첩되고 서러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한다. 이는 감각의 독림성을 해체하고, 생물들이 세상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경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자주 문장을 멈추고, 조용히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이 아는 세계는, 정말 세계의 전부인가?" 이 질문은 과학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선 철학적 울림을 자아낸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서는 감각의 민주화
[이토록 굉장한 세계]는 본질적으로 '다름'에 대한 책이다. 인간의 감각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 건축, 도시, 기계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생물을 배제하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저자는 인공조명의 과잉이 야행성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 수중 소음이 고래와 해양 생물의 이동 경로를 교란하는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보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진실을 끈질기게 강조한다. 이는 곧 윤리의 문제로 확장된다. 에드 용은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오랜 패러다임을 부드럽게 해체하면서, 우리가 지닌 감각의 한계 너머에 있는 세계를 상상하고, 존중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한다는 것이 단순히 종의 보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임을 일깨운다. 이는 놀라울 만큼 새로운 시작이자, 지금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질문이다.
다시, '세계'를 느끼는 법을 배운다는 것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읽는 일은 단지 흥미로운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여 온 인식 체계에 금을 내고,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의 '테두리'를 자각하는 경험이다. 에드 용은 복잡한 과학의 언어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엮어내며, '다른 존재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덮은 후 독자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거리에 핀 꽃의 냄새가 개에게는 어떤 지도일지, 조용한 밤의 어둠 속이 고양이에게는 얼마나 밝은지, 인공조명이 번지는 밤하늘이 박쥐에겐 어떤 불쾌한 혼돈일지, 우리는 새롭게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는 결국, 인간만이 감각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방식'에 대한 찬사이자, 우리가 몰랐던 세계에 대한 감탄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좁은 틀 안에서만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하는 성찰의 도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