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유시민
오랫동안 남편의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내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유시민작가님의 영상이 자꾸 떠올라서인지도 모르겠다. 유시민은 잘 알려진 지식인, 전직 정치인이자 다수의 인문서를 집필한 작가로, 대중과의 지적 소통에 오랫동안 힘써온 인물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 다양한 저작을 통해 쉽게 풀어낸 사고와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왔다.
단순한 삶, 진정한 삶
『어떻게 살 것인가』는 삶을 단순화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곳곳에 드러나는 책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삶을 회고하며, 과거의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좇으며 살아왔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러한 고백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유시민은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요구하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경계한다. 그는 그것이 때때로 삶의 본질을 흐리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주장 뒤에는 단순하게 사는 것, 그리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통해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단순함은 무기력이나 체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며, 자율적인 선택을 통해 살아가려는 태도이다.
죽음을 생각하며 삶을 되돌아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는 저자가 죽음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장면이다. 누구나 죽는다. 그렇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할까. 나 역시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죽음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는 죽음을 부정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 접근은 불교나 스토아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유시민은 이 책을 통해 죽음이라는 주제를 인간의 불가피한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직면함으로써 삶의 가치와 방향을 더욱 분명히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의 유한함을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가 제안하는 방식은 극단적인 것도, 영웅적인 것도 아니다. 작고 사소한 일상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정성을 추구하고, 자기 안의 욕망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삶이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철학적이며 동시에 매우 실용적이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답을 제공하는 책이라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유시민은 독자 각자가 스스로의 삶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는 자신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의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삶을 꿈꾸는가?” “나는 나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자문은 때때로 불편하지만, 진실에 가까운 질문이다. 이 책은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20대 청년이든, 인생의 반환점을 지난 중장년이든 누구에게나 통하는 질문을 품고 있다. 나는 40대 중반에 이 글을 읽었지만, 50대에 읽을 때는 또 어떤 느낌으로 와닿을지 궁금해진다. 삶의 방향을 잃은 사람, 무언가에 지쳐 있는 사람, 혹은 그저 멈춰 서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유시민의 언어는 날카롭기보다는 부드럽고, 때로는 따뜻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고 있다.
삶에 대한 겸손한 성찰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순히 ‘잘 사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무엇이 나에게 진짜 의미 있는가’를 독자가 스스로 찾게끔 돕는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마치 조용한 목소리로 삶의 방향을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삶의 정답은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 책은, 그래서 더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되, 그 방식이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 책 전반에 흐르고 있다. 유시민이 던진 질문은 결국 독자가 답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려는 우리의 노력 속에, 아마도 삶의 진정한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새겨진 문장
_p. 37
세상이,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소망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세상을 비난하고 남을 원망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극적 선택도 선택인 만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_p. 56
'왜 자살하지 않는가?'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 이런 것들이 살아 있음을 기쁘게 만든다.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미래의 어느 날이나 피안의 세상에서가 아니라, '지금'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