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자존감'이라는 말이 대두되면서 나는 늘 자신 없는 사람이 되었다. 특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이 '자존감'이라는 말은 나를 안팎으로 옥죄는 말이 되기도 했다. 친구가 내게 꼭 필요한 것 같다며 전해준 맘이 읽는 내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마주 보고 싶지 않은 진실과 만나며 때론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그 친구의 맘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나를 싫어하지 않으려면
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존감이 낮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쉽게 자책하고, 누군가가 나보다 잘하는 모습을 보면 금세 위축되곤 한다. 그런 내가 『자존감 수업』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혹시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한 채 읽기 시작했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부터는 마치 오래된 친구가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정신과 의사가 썼다고 해서 딱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나를 위로해준다. “당신은 괜찮아요”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 느낌이랄까. 그 말이 처음에는 잘 믿어지지 않았지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작은 울림이 생긴다. 정말 나는 괜찮은 걸까? 혹시 그동안 나 자신에게 너무 모질게 굴었던 건 아닐까?
자존감은 느낌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말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자존감은 그냥 ‘느낌’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동안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고나는 줄 알았다. 성격이 밝거나, 외향적이거나, 뭐든 잘 해내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은 전혀 다르게 말한다. 자존감은 ‘훈련’할 수 있는 것이며, 하루하루 나를 대하는 방식에서부터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책의 후반부에는 자존감을 키우기 위한 ‘30일 챌린지’가 있다. 처음에는 조금 민망하게 느껴졌지만, 나도 따라 해보기로 했다. 나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하루에 한 가지씩 내가 잘한 일을 적는 것. 거창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런 작고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서 마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 자신과 친해지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타인에게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위로보다는 연습을 말하는 책
『자존감 수업』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저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떻게 괜찮아질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하고, 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세상에는 긍정적인 말들로 가득한 책이 많지만, 이 책은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줘서 더 믿음이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자존감을 높이라는 압박이 아니라, 내 안에 원래 있던 자존감을 다시 꺼내보자고 말해주는 점이었다. 나도 분명 어릴 땐 나 자신을 싫어하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스스로를 계속 평가하고 미워하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이제 그만 그렇게 해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새겨진 문장
_p. 27
환경이 좋지 않ㅇㄹ 때는 건강한 마음으로 무장한 자신이 가장 강력한 무기다. (중략) 바야흐로 셀프로 자존감을 지켜야 하는 시대다. 행복해지기 위한 온갖 방법과 글귀가 난무하지만 진짜 행복은 튼튼한 자존감에서 나온다. 건강한 자존감이야말로 요즘처럼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다.
_ p. 115
모든 아픔은 과거형이다.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힘으로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시간을 돌이키는 일이다.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게 되어 있다. 아팠던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선물이 들어찬다. 이 선물은 세상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이 선물을 애써 거부할 까닭이 있을까? 기꺼이 받아 챙겨야 하지 않을까?
_p. 169
감정을 잘 조절하는 사람도 이와 같다. 생겨나는 감정을 없애거나 바꾸려 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파악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뿐이다. 하지만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생겨나는 감정에 불만스러워한다.
_p. 274
앞으로 자신에게 해줘야 할 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사랑이다. 이유나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중략) 그저 오늘부터 지금의 나를 사랑하겠다고 결심하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의 성겪과 행동, 사소한 버릇 하나하나를 다 사랑하기로 한다.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