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이케가야 유지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 서평

by vaminglibrary 2025. 5. 15.
반응형

이케가야 유지의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
이케가야 유지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 / 포레스트 북스

 

 

작가 소개 : 뇌과학을 삶으로 끌어내린 이케가야 유지

이케가야 유지는 일본의 약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이다. 도쿄대학교 약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뇌과학을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뇌는 팩트에 끌린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등 대중적 저서를 다수 집필하며 '생활 속 뇌과학'을 정립해 왔다.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는 그런 그의 문제의식이 가장 명료하게 드러나는 저서 중 하나다.

 

'나답게' 살기란 무엇인가

'나답게' 산다는 말은 그 자체로 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나'라는 존재를 규정짓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모호하며, '답게'라는 표현은 오히려 자아에 대한 외부적 기대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이케가야는 이러한 애매한 개념들을 뇌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차분히 풀어간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아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의 행동, 판단, 감정은 대부분 무의식적이며 뇌의 자동화된 반응일 뿐이라고. 저자는 먼저 뇌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며, 우리가 얼마나 외부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 반응의 패턴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나답게' 사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즉, 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나 자신을 '다시 구성'하는 일이며, 자기 이해는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저자의 이도를 단순한 과학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철학적 성찰로 확장시켜 볼 수 있다. 과연 우리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혹은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단정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답을 찾는 과정 자체를 독자가 스스로 경험하게 만드는 책이다. 

 

뇌과학, 삶의 언어로 번역되다

과학적 개념은 자칫 딱딱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그러나 이케가야의 문장은 유려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며, 무엇보다 인간적이다. 그는 신경세포와 시냅스, 도파민의 흐름 등을 설명하면서도, 그것이 우리의 감정과 태도, 일상의 선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친절하고, 차분하게 짚어준다. 예컨대 반복된 경험이 뇌의 회로를 만들고, 그것이 우리의 습관과 인격을 형성한다는 설명은, 단순한 뇌과학 지식을 넘어서 인생 전반을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는 '성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반복된 선택의 결과'라는 관점을 제시하며, 변화 가능성에 대해 말한다. 뇌는 가소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곧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 자신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 변화는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인식과 의지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그 점에서 독자를 격려한다. 뇌는 늘 반응하며, 성장하려는 속성을 지닌 존재이므로, 인간 역시 변화할 수 있다고. 이러한 설명은 단지 희망을 설파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실천 지점으로 독자를 이끈다. 예컨대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기보다는, 감정을 관찰하고 그것이 어떤 신경 반응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이해함으로써, 감정에 끌려가지 않게 되는 방식은 일상에 적용 가능한 지혜다

 

자기 이해에서 자기 존중으로

이 책의 핵심은 '나를 이해함으로써 나를 존중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행동하라', '포기하지 마라'는 식의 당위만을 강조하는 데 반해, 이케가야의 접근은 훨씬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그는 독자에게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왜 자신을 탓하게 되는지', '왜 변화가 어려운지'를 설명하며, 그런 인간의 모습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그는 뇌과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결함을 설명하지만, 그 결함을 '불완전함'이 아니라 '가능성'의 징표로 해석한다. 감정 기복, 망설임, 실수 등은 인간 뇌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되며, 그 자체로 우리가 학습하고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음을 뜻한다. 결국 '나다움'이란 완성된 고정적 형태가 아니라, 계속해서 시도하고 방향을 조정하는 과정임을 일깨워준다.

 

뇌를 알면, 나를 이해하게 된다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는 뇌에 대한 책이지만, 실상은 인간 존재 전체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케가야 유지는 우리 뇌의 메커니즘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천천히 접근해 간다. 그 여정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의 문체와 사고방식은 독자의 마음을 부담스럽지 않게 이끈다. 이 책은 자기 이해의 출발점이 '과학'일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동시에 뇌과학이라는 복잡한 학문을 삶의 언어로 번역해 내는 저자의 역량은, 이 책을 단순한 과학서가 아닌 '삶의 방향서'로 승화시킨다. '나답게' 산다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졌던 이들에게, 이 책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섬세한 답을 제공하는 지적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