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는 읽는 내내, 마치 누군가가 조용히 내 옆에 앉아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책이었다. 처음에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태도’라는 단어가 다소 딱딱하게 다가왔다. 뭔가 의지를 강요하거나, 삶의 방향을 정해주는 식의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막상 책을 펼치고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그런 우려는 금세 사라졌다. 이 책은 강요가 아니라 ‘공감’에 가까웠고, 방향을 제시하기보단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임경선 작가는 정말 글을 잘 쓴다는 점이다. 어렵거나 거창한 단어를 쓰지 않는데도, 문장 하나하나가 무척 명확하고 매끄럽다. 그래서 읽으면서 자주 멈춰 서게 됐다. 멋진 표현 때문이라기보다는, 문장 속의 생각이 내 마음 어딘가를 톡 건드리는 느낌 때문이었다. 평소 생각은 했지만 말로 정리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그녀의 문장을 통해 처음으로 정확한 이름을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나를 지키는 방식에 대하여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누구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타인의 시선, 기준, 평가에 흔들리게 된다. 물론 나도 그렇고. 그런데 임경선 작가는, 그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무작정 강해지라는 말도, 다 버리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지켜야 할 때가 있고, 그런 순간을 위해 조금은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단단함은 억센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이 좋았다. 나에게 솔직하고,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 태도. 그녀가 말하는 태도는 결국 그런 것이었다. 그것이 참 사람 냄새나는 태도라고 느껴졌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발견하는 의미
책에는 임경선 작가 자신의 경험들이 담담하게 녹아 있다. 여자로서, 작가로서, 엄마로서 겪어온 시간들 속에서 그녀가 어떤 태도를 취해왔는지, 또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이야기가 곧 나 자신의 이야기도 된다. 그녀는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감정들—외로움, 두려움, 무력감 같은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마웠던 건, 이 책이 읽는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히 자기계발서 같은 책들은 더 나아지라고, 더 뭔가를 하라고 자극을 주지만, 『태도에 관하여』는 다르다. 오히려 지금의 나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하고, 내가 이미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조용히 일깨워준다.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
책장을 덮고 나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뭔가 큰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감정을 강하게 흔들어놓는 장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음에 자꾸 잔상이 남는 책이었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누군가가 다정하게, 그렇지만 단호하게 “너 자신을 조금 더 소중히 여겨도 돼”라고 말해 준 것 같았다. 『태도에 관하여』는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 가끔 다시 꺼내어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삶의 리듬이 흐트러졌을 때, 누군가의 말이 필요할 때, 혹은 내가 나 자신을 잊고 있을 때—그럴 때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임경선이라는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글이 좋아서도 있었지만, 그 글을 쓰는 사람의 관점과 태도가 참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책도 아마 조용히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그런 마음을 남겨주는 책은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