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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하이트 [불안 세대] : 불안을 양산하는 시스템에 맞서야 한다

by vaminglibrary 202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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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불안 세대] / 웅진 지식하우스

 

 

작가 소개 : 도덕심리학의 선두자, 조너선 하이트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윤리학 교수이자, 도덕심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자이다. 그는 [바른 마음]과 [행복의 가설]등을 통해 개인의 신념과 도덕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고 사회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설명해 왔다. 이번 저서인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는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보여준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너지는 세대의 심리적 기반

[불안 세대]는 제목 그대로, 불안에 잠식당한 오늘날의 청소년을 중심에 둔다. 하이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난 10년간의 심리적 데이터를 근거로, 2010년대 초반부터 청소년 사이에서 우울증, 자살 시도, 자해, 불안 장애 등의 지표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급증은 단지 문화적 혹은 사회적 흐름의 부산물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의 결과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있다. 하이트는 디지털 기기의 일상화,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SNS 사용이 청소년의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이는 '플레이 기반 아동기'에서 '전화기반 아동기'로의 대전환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아이들이 또래와 신체적으로 부딪히고 갈등하며 사회적 기술을 체득했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정제된 디지털 공간 속에서만 교류하며, 감정 조절과 관계 형성의 경험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채 성인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문명의 그림자

하이트의 분석은 단순히 기술을 악마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매우 신중한 어휘 선택과 폭넓은 데이터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청소년이 디지털 기기에 더 오래, 더 많이 노출될수록 수면 시간이 감소하고, 신체 활동이 줄어들며, 얼굴을 맞댄 상호작용이 결핍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요인은 모두 정신 건강의 악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특히, 그는 소녀들이 남학생들보다 SNS의 부정적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고 강조한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같은 플랫폼은 외모 비교와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도록 구조화되어 있고, 이는 자존감 저하와 자기혐오로 직결된다. 반면, 소년들은 유튜브나 게임을 통해 정서적으로 고립되는 방향으로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처럼 [불안 세대]는 남녀, 연령, 문화권에 따라 SNS가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을 정밀하게 짚어낸다. 하이트의 강점은 바로 이러한 섬세한 분류와 그에 따른 전략 제안에서 드러난다.

 

해결책은 존재하는가 - 공동체의 역할

단순한 진단과 비판에서 그치는 많은 책들과 달리, [불안 세대]는 여러 실천적 해결책을 함께 제시한다. 하이트는 이를 위해 네 가지 핵심 영역에 변화를 제안한다. 스마트폰과 SNS의 사용 규제, 자율적 놀이의 회복, 학업 스트레스의 완화, 그리고 부모와 학교의 역할 재정립이다. 첫째, 하이트는 16세 이전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최소한 SNS는 고등학교 이후에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단지 가정 차원의 선택으로 두지 않고,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흡연이나 음주가 청소년에게 금지되듯, 디지털 소비 또한 일정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그는 '놀이'의 회복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어린 시절 자유놀이와 신체적 활동이 결여되면, 청소년기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회복탄력성이 매우 떨어지며, 이러한 점은 곧 불안과 우울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하이트는 심리학자이자 한 명의 부모로서, 사회가 아이들에게서 놀이의 권리를 빼앗고 있음을 강하게 비판한다.

셋째, 교육 제도 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험 중심, 입시 경쟁의 압박은 디지털 피로와 결함 되어 청소년을 이중의 스트레스 구조에 가두고 있다. 그는 '효율'이 아닌 '회복력'중심의 교육 철학으로의 전환을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하이트는 이 모든 변화가 부모 개인이나 교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이며, 공동체적 대응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결국, 불안 세대를 구하는 것은 개인의 결심이 아닌, 사회의 선택이다.

 

불안을 양산하는 시스템에 맞서야 한다

[불안 세대]는 실시간으로 붕괴되고 있는 한 세대의 내면에 관한 강한 경고이며, 동시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선택의 무게를 묻는 책이다. 조너선 하이트는 학자의 위치에서, 그러나 아주 인간적인 언어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호소한다. 그가 제시하는 통계와 해석은 날카롭지만, 이 책이 진정으로 큰 감동을 주는 지점은 한 세대를 향한 깊은 애정과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그 책임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우리는 이 불안한 세대를 '적응'시키려 하기보다는, 그 불안을 만들어낸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화면 너머가 아닌, 실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정답보다 질문을 더 많이 던질 수 있도록. [불안 세대]는 지금 우리의 손에 쥔 문명의 방향타가 잘못 꺾였음을 알려주며, 그것을 다시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을 제안하는 책이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외면할 수 없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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