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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 [스토너] : 묵묵히 살아낸 삶의 존엄성

by vaminglibrary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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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 스토너
존 윌리엄스 [스토너]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는 대단히 조용한 작품이다. 화려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는 이 책은, 오히려 그래서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실패'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인생을 꿋꿋이 살아낸 한 인간의 초상을 응시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게 보일 그 인생이, 나에게는 그 어떤 성공보다도 위대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내게 인생책이 되었다.

 

고요한 시작,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장을 물려받을 생각으로 농대에 입학했으나, 교약수업에서 문학을 접하며 그의 삶은 조용히 방향을 튼다. 그러나 이 선택이 그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는 평생 대학에 남아 조교수로 일하며, 크고 작은 좌절을 겪는다. 결혼 생활은 실패로 끝나고,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채 외로운 투쟁을 이어간다. 외부의 화려한 성공은 그를 끝끝내 비껴갔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나를 강하게 사로잡는다. 우리는 보통 드라마틱한 성공담에 익숙해져 있다. 누군가가 극적인 성취를 이룰 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스토너는 그런 세상의 기준을 거부한다. 그는 누구에게도 대단해 보이지 않는 삶을 택하고, 그 삶을 끝까지 묵묵히 견디며 살아낸다. 그 모습은 성스럽기까지 한다.

 

 

실패를 끌어안는 법

읽는 내내 마음이 쓰였던 것은, 스토너가 자신의 삶에 대하여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불행에 분노하지 않고, 실패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모든 것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 더욱 깊이 침잠해 간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인생은 실패와 고통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의미라고.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과연 나의 실패를 제대로 끌어안고 있는가?'라고. 스토너처럼 묵묵히, 성실히, 그리고 끝까지 살아내고 있는가? 그는 우리 모두가 닮고 싶은 표상이다.

 

 

사랑, 그리고 문학

스토너의 삶에 몇 안되는 빛이 있다면, 그것은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과 문학이다. 그는 짧은, 그렇지만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고, 문학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 순간들은 너무나 짧고, 결국 손에 쥔 것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이 둘은 스토너를 지탱하게 해 준 조요한 힘이다. 나는 이러한 스토너의 삶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긴 어둠 속에서도 작은 빛 하나를 붙잡고 살아가는가. 사랑과 문학은 스토너에게 그런 빛이었다. 그는 세상의 기준으로는 실패한 인생을 살았지만, 결코 패배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진정으로 그 답게 완주했다.

 

 

스토너가 내게 남긴 것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의 생애는 소란스럽지 않았고, 어느 주구도 그의 삶을 기억해주지 않을 인생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했는지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낸 사람, 그것이 윌리엄 스토너인 것이다. 인생이란 거창한 성공을 이룬 자만이 살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만이 값진 인생을 살았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스토너 같은 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인 것이다. 언젠가 조용히 인생이 저물어 갈 때, 스토너를 떠올리며 나 자신에게 조용히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 기대를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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