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 교육이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학자
켄 베인(Ken Bain)은 미국 고등교육 연구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교육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뉴욕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밴더빌트대학교 등 유수 대학에서 교수와 교육혁신센터장을 지냈으며, 교욱을 '가르치는 방식'이 아닌 '배우는 존재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베인의 대표작 [공부라는 세계(원제 : What the Best College Students Do)]는 단순한 학습 방법론을 넘어, 공부를 통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성찰하는 책으로, 전 세계 대학생과 교육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 : '왜' 배우는가
켄 베인은 공부에 대해 하나의 불편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왜 공부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동기 부여용 문장이 아니다. 그는 이 질문을 진지하게, 그리고 끝까지 밀고 간다. 단순히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면, 공부는 일종의 거래 행위가 되고 만다. 그러나 정말 좋은 학습자들이 말하는 '공부'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그것은 자신의 사고방식을 재구성하고, 세계를 새롭게 보는 렌즈를 얻는 일이다. 베인은 하버드, 에일, 듀크, 시카고 등 명문 대학 출신의 수많은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며 공통된 패턴을 발견했다. 최고의 학습자들은 단순한 '지식 습득자'가 아니라, 사유의 생산자였다. 그들은 정답을 찾기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교수의 강의에서 무엇을 외우는가 보다, 그것이 자신의 삶과 사고에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가를 고민한다. 이러한 공부는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를 포함하며,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그러나 베인은 바로 거기에 공부의 본질이 있다고 본다. 공부는 정답에 이르기 위한 질주가 아니라, 질문과 실패를 통해 더 넓은 지적 세계로 자신을 확장하는 여정이라는 것이다.
좋은 학생이 되는 것과, 좋은 삶을 사는 것의 관계
[공부라는 세계]는 단순하게 공부를 잘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공부라는 렌즈를 통해 풀어내는 성찰의 기록에 가까운 책이다. 베인은 공부가 곧 삶이라고 말한다. 공부하는 방식이 곧 살아가는 방식이고, 질문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국면에서도 더 깊게, 더 넓게, 더 단단하게 자신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베인이 '기억의 학습'과 '의미의 학습'을 구분하는 부분이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하는 공부는 보통 기억의 영역에 머물기 쉽다. 반면 진정한 공부는 삶 속에서 그 지식을 '의미'로 전환하는 데 있다. 어떤 개념이 왜 중요한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은 자기 것이 된다. 이러한 전환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복을 요하며, 때로는 실패를 동반하지만, 그 실패조차도 배움의 일부로 통합된다. 또한 베인은 실패를 단순히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실패는 더 나은 질문을 낳는 토대라고 강조한다. 실패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몰랐는지, 어떤 접근이 효과적이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인식 구조를 조금씩 수정해 간다. 공부는 바로 그런 과정을 통과하면서만 깊어진다.
가르침이 아니라, 끌어냄의 방식
베인의 통찰 중 가장 혁신적인 지점은, 공부를 '가르치는' 행위보다 '이끌어내는' 과정으로 본다는 점이다. 그는 "최고의 교수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 안에 이미 존재하는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가 말한 '산파술(maieutics)'의 현대적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베인은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다양한 사레를 소개하며, 공부가 어떻게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단순한 과제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 지식을 주입하는 대신, '당신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라고 방향을 되묻는 교수들이 결국 학생의 학습 동기를 장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교육자뿐 아니라 학습자에게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배움은 외부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끌어내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공부는 더 이상 과제가 아니라 가능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공부를 다시 정의할 때가 왔다
[공부라는 세계]는 단지 대학생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배운다'는 행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되묻는다. 우리는 정말 '배우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 남이 내준 문제에 답만 하는 사람인가. 혹은, 세상에 대해 진심으로 진지하게 궁금해하고 있는가. 켄 베인은 이 책을 통해 공부라는 개념을 확장시킨다. 그것은 더 이상 성적표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나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삶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단절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해도, 직장을 얻어도,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도 공부는 계속된다. 아니, 삶 그 자체가 공부이며, 우리는 모두 그 세계 안에서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배우는 사람의 자세
[공부라는 세계]는 실용적인 학습법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공부를 단산한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이 책은 완전히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켄 베인은 말한다. "공부는 삶을 위한 훈련이다." 우리는 결국, 무엇을 알고 있는가 보다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가로 자신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그 질문 앞에서, 이 책은 매우 조용하지만 단단한 방향을 제시한다.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 성공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 성장하려는 사람, 그리고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사람. 그들이 진짜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