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 평균의 함정을 벗겨낸 교육 심리학자
토드 로즈(Todd Rose)는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의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비영리 연구기관 '팝퓰레이스(Populace)'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평균의 종말]을 통해 획일적 기준이 어떻게 개인의 잠재력을 억압하는지를 밝히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집단 착각]은 그의 문제의식이 보다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된 결과로, 개인의 가치와 사회적 판단이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탁월하게 분석한 저서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진짜가 아닐 수 있다
[집단 착각]이라는 제목은 일종의 도발이다. '착각'이라는 말은 무엇인가를 잘못 보거나 오해했다는 뜻이지만, 토드 로즈가 말하는 착각은 단순한 인지 오류를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믿고 있는 '사회적 합의'가 실제로는 다수의 개인이 억지로 동의한 것처럼 꾸며진 허상이라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착각이며 동시에 구조적 오해에 가깝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회적 가치나 관념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다수의 의견'이라고 믿기에 따르고 침묵한다"라고 말한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집단 착각(collective illusion)'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착각이 단지 일시적 오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 선택, 심지어 자아 정체성까지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집단 착각의 실체 : '내가 싫은데 남들은 좋아하는 줄 아는' 사회
로즈는 이 책에서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착각'의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어떤 사안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대중은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 여겨 다수 의견에 묻어가는 행동 양상이다. 대표적으로 그는 미국 내에서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삶'을 추구한다고 응답하면서도, 공공의 자리에서는 '사회적 성공'이나 '물질적 성취'를 강조하는 발언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목격된다. 많은 사람이 '경쟁 위주의 교육'을 부정적으로 여기지만, 여전히 경쟁 중심의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누구도 공개적으로 그 시스템을 지지하지 않는데도, 사회 전체가 그것을 유지하려 한다. 왜일까? 로즈는 그 이유를 '사회적 오명'과 고립에 대한 두려움'에서 찾는다. 우리는 다수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면, 비난이나 배척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결국 우리는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라는 착각 속에서, 원하지 않는 사회를 유지하는 데 동참하게 된다.
자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로즈의 논지는 단순한 사회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그는 자유를 단순히 선택의 폭이 넓은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진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라 정의한다. 집단 착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진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타인이 시선에 의해 끊임없이 왜곡된 자아만이 존재하게 된다. 이는 공동체의 신뢰 기반에도 치명적이다. 사람들이 서로의 진짜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게 되면, 사회는 불투명해지고,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연대는 허위 위에 세워지게 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외로움, 고립, 무기력이다. [집단 착각]은 결국 이 모든 사회적 고통이 '진실하지 못한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인가. 로즈는 '용기 있는 소수'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반복해서 "진짜 생각을 말하는 것이 사회를 바꾸는 시작"이라고 말한다. 다수의 생각을 바꾸는 일은 어렵지만, 단 한 명의 진실한 발언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용기를 줄 수 있다. 진실은 전염되며, 이는 집단 착각을 깨는 가장 강력한 시작점이 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
[집단 착각]은 단지 미국 사회의 현실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보편적이며, 지금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정말로 원하고 있는가? 우리가 따르고 있는 규범과 제도, 사회적 가치들은 정말로 다수가 원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었기에 유지되고 있는 환상인가? 이 책은 독자에게 불편한 자각을 강요한다. 우리는 진심을 말할 수 있는가? 아니, 우리는 스스로의 진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침묵은 언제나 안전하지만, 그 침묵이 사회를 질식시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로즈는 이러한 '심리적 독재'를 걷어내고, 개인이 서로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다시 '자유'로 돌아가는 길이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는 토대라는 것이다.
착각을 깨뜨리는 자만이 진짜 세계를 본다
[집단 착각]은 우리 각자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구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이 '진짜 나의 생각'이고, 무엇이 '그저 남들이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구분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이 구분을 시도하지 않는 한, 우리는 평생 누군가의 기대 속에서 허깨비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 토드 로즈는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만든 세상이 아니다.' 그 문장은 섬뜩하면서도 진실에 가깝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희망을 제시한다. 우리 각자가 스스로의 착각을 깨고,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다면, 이 허상 위의 세계는 조금씩 무너지고, 진짜 우리가 원하는 삶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집단 착각]은 시대가 요구하는 책이다. 진짜의 회복을 위한, 가장 인간적인 촉구이자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