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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행복은 성적순일까?문학동네에서 매달 리커버돼서 나오는 먼슬리 클래식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언제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달에만 한정판으로 구매가 가능해 소장가치가 더 높다. 이번에 나온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읽어보려 리스트업 해놨던 책이라 더욱더 반가웠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어릴 적부터 총명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그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장학생이 되어 기숙학교에 들어간다.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길이다. 하지만 소설은 이 “성공한 아이”의 삶이 진짜 행복한지, 진짜 그 아이에게 맞는 삶인지 묻는다. 한스는 매일 치열한 공부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좋은 성적과 칭찬을 목표로 살아간다. 주변 어른들.. 2025. 4. 16.
신유진 [사랑을 연습한 시간] : 사랑의 이해 내가 신유진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번역자의 글을 소개해주는 유튜브에서이다. 아니 에르노의 책을 번역한 번역가로서의 신유진의 글귀가 책 보다 더 와닿아 그녀의 책이 궁금해졌다. 마침 신간이 나와 얼른 구매해 읽게 되었다. 그녀의 에세이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훈련과 기술이 아닌 성장의 영역에서 바라보았다. 사랑을 '연습'한다는 것의 의미책 제목은 처음엔 다소 어색하게 다가왔다. 사랑을 '연습'한다고? 사랑은 본능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그 어색함은 점차 이해로 바뀌었다. 이 책은 사랑을 ‘배우는 과정’으로,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실패하고 반복하면서 익혀가는 감정의 언어로 설명한다. 신유진 작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애의 감정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는 모든 형태의 ‘사랑’을.. 2025. 4. 16.
니콜 크라우스 [위대한 집] : 상실의 이야기 [사랑의 역사]로 내가 팬이 되어버린 니콜 크라우스.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을 안 읽어볼 수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김현우 님의 번역이라고 하니 더욱더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생겼다. 번역이 너무 매끄러워 읽는 내내 전혀 어색한 부분 없이 너무나 매끄럽게 술술 읽혔다. 자, 그럼 니콜 크라우스의 『위대한 집』을 만나보자. 책상으로 얽힌 [위대한 집]은 하나의 오래된 책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이 책상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창작의 도구이며,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유산이자 상실의 증표이다. 크라우스는 이 책상이 세대를 건너며 다양한 이들의 삶에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기억을 어떻게 간직하고 소유하는지를 깊이 있게 탐색한다. 작품은 네 개의 주요 서사선으.. 2025. 4. 16.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 가장 완벽한 사랑의 서사 내가 사랑하는 고명제시인이 극찬한 책이니 안 읽어볼 수 없다. 역시 결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의 추천이라 그런지 같은 결의 감동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읽어본 책 중 가장 완벽한 사랑의 서사라 할 수 있다. 기억을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의 결 『사랑의 역사』는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람의 기억 속에서 어떻게 각인되고, 재해석되며, 결국 삶의 일부로 자리 잡는지를 섬세하게 탐색한다. 작가는 세 명의 화자를 통해 사랑과 상실, 그리고 글쓰기라는 행위가 어떻게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화자들은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에 살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하나의 긴 실타래처럼 얽히고 얽혀 있다. 특히 기억의 단편들이 어떻게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2025. 4. 16.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에 대한 물음 작가 유시민 오랫동안 남편의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내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유시민작가님의 영상이 자꾸 떠올라서인지도 모르겠다. 유시민은 잘 알려진 지식인, 전직 정치인이자 다수의 인문서를 집필한 작가로, 대중과의 지적 소통에 오랫동안 힘써온 인물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 다양한 저작을 통해 쉽게 풀어낸 사고와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왔다. 단순한 삶, 진정한 삶 [어떻게 살 것인가]는 삶을 단순화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곳곳에 드러나는 책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삶을 회고하며, 과거의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좇으며 살아왔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러한 고백은 거창하지 않다. .. 2025. 4. 16.
헨리 마시 [참 괜찮은 죽음] : 신경외과 의사의 삶과 죽음 친정아버지가 툭 던지듯 권해준 책. 취향이 서로 달라 권해주는 책은 잘 안 읽는데, 이 책은 왠지 모르게 손이 가서 읽게 되었다. 신경외과 의사 헨리 마시는 [참 괜찮은 죽음]에서 병원이라는 밀폐된 공간, 수술실이라는 비밀스러운 무대 뒤편을 조용히 열어 보인다. 그가 의사로서 수십 년간 겪어온 수많은 죽음들, 실패한 수술, 가족의 고통, 환자의 고집, 때로는 자신의 자만심과 실수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낸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의사의 언어’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고백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솔직하고 겸허한 서술 방식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종종 절대적인 권위와 판단을 상징하지만, 헨리 마시는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완벽한 판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 2025.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