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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년이 온다] : 시민의 이름으로 얼마 전, 우리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마주했다. 뉴스 헤드라인에 박힌 ‘계엄령 검토’라는 단어에 눈을 의심했다. 순간 내가 있는 이 현실이 현실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내 손이 간 책이 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였다. 피 흘리던 1980년 광주, 그 피 위에 선 소년을 기억하려 애썼던 그 소설을, 나는 다시 펼쳤다. 이번엔 취미로 읽는 독서가가 아니라, 분노를 품은 한 시민으로서. 소년은 죽었고, 우리는 외면했다 『소년이 온다』는 한 문장의 무게로 시작한다. “그해 봄, 사람들은 죽었다.” 죽음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등장한다.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문학이자 증언이며, 역사에 대한 가슴 떨리는 고발이다. 주인공 ‘동호’는 1980년 광주에서 실종자와 시신을 감시하고 정리하는 일을 맡는.. 2025. 4. 22.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살 줄 아는 남자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제법 다양한 고전들을 접해왔다. 그러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나서의 감정은 조금 달랐다. 무언가를 ‘읽었다’기보다는, 정말 어떤 사람을 ‘만났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 사람의 말투와 몸짓, 세계를 대하는 태도, 사랑하고 분노하는 방식이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다. 조르바. 처음엔 그저 괴짜처럼 보였다.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그의 모습은, 조금은 불편하고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 삶을 향한 태도를 하나씩 들여다볼수록 이상하리만치 끌리게 되었다. 나와 너무도 다른 사람이기에, 오히려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더 선명하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르바,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 남자조르바는 단순히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2025. 4. 21.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 태도는 자발적으로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는 읽는 내내, 마치 누군가가 조용히 내 옆에 앉아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책이었다. 처음에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태도’라는 단어가 다소 딱딱하게 다가왔다. 뭔가 의지를 강요하거나, 삶의 방향을 정해주는 식의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막상 책을 펼치고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그런 우려는 금세 사라졌다. 이 책은 강요가 아니라 ‘공감’에 가까웠고, 방향을 제시하기보단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임경선 작가는 정말 글을 잘 쓴다는 점이다. 어렵거나 거창한 단어를 쓰지 않는데도, 문장 하나하나가 무척 명확하고 매끄럽다. 그래서 읽으면서 자주 멈춰 서게 됐다. 멋진 표현 때문이라기보다는, 문장 속의 생각이 내 마음 어딘가를 톡 .. 2025. 4. 21.
정혜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잔잔한 위로 책을 읽다 보면 문장이 아니라, 문장이 건네는 ‘말’이 마음에 남는 책들이 있다. 정혜윤 작가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이 그랬다. 처음엔 제목이 참 묘하다고 느꼈다. ‘슬픈 세상’이라니, 그리고 그 안에서 ‘기쁜 말’이라니. 이 두 단어가 나란히 놓인 것이 무척 낯설었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이 낯섦은 차츰 따뜻한 공감으로 바뀌었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지나치는 말들,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붙잡아주는 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라디오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어떻게 말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연결되었는지를 깊이 있게 전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순한 산문집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오랫동안 들어주고 곱씹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 2025. 4. 21.
윤홍균 [자존감 수업] : 나 자신과 가까워 지는 시간 언제부터인가 '자존감'이라는 말이 대두되면서 나는 늘 자신 없는 사람이 되었다. 특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이 '자존감'이라는 말은 나를 안팎으로 옥죄는 말이 되기도 했다. 친구가 내게 꼭 필요한 것 같다며 전해준 맘이 읽는 내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마주 보고 싶지 않은 진실과 만나며 때론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그 친구의 맘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나를 싫어하지 않으려면 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존감이 낮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쉽게 자책하고, 누군가가 나보다 잘하는 모습을 보면 금세 위축되곤 한다. 그런 내가 『자존감 수업』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혹시 나 같은 사람을 .. 2025. 4. 18.
정지은, 고희정 [ 자본주의] : 돈의 질서와 흐름 돈을 좀 번다는 사람들의 추천 도서 1순위가 이 책이 아닌가 싶다. 인스타 여러 피드에서 눈에 띄더니 결국에 읽게 되었다. 자본주의를 살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다. 그런 내게 정신 차리라고 크게 한 방을 날린 책이다. 나 같은 경제지식 일자무식에게도 어렵지 않게 읽힌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고 살아가는 돈, 일, 교육 같은 것들이 사실은 아주 복잡하고 낯선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까지는 “그냥 세상이 다 이렇게 돌아가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질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이게 정말 옳은.. 2025. 4. 18.